
온갖 클리셰와 유머가 난무하는 쿠킹판타지
'던전밥'의 개요
최근 보기 드물 정도의 고전적인 감성의 정통 판타지 만화이면서도, 상당히 본격적인 요리 만화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를 반영한 듯, 단행본의 표지에 메인으로 그려진 캐릭터들은 반드시 조리기구나 식기를 들고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줄거리와 주요 테마
1000년 전에 존재했던 저주받은 왕국은 이제 마물들이 넘쳐나는 던전이 되어버리고, 어느 날 묘지에서 지상까지 기어올라온 황금나라의 왕(?)은 던전을 공략하는 모험가에게 모든 걸 주겠다는 유언을 하며 먼지가 되어 사라집니다.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던전을 공약하기 위해 마물의 소굴인 던전으로 내려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의 일행은 던전의 심층부에서 드래곤을 만나 전멸할 위기에 처하며, 파티의 리더인 '라이오스'의 여동생 '파린'은 자신을 희생하고, 파티 동료들을 지상으로 돌려보냅니다.
이렇게 목숨을 구한 파티의 동료들은 '파린'을 구하기 위해 다시 던전으로 내려가게 되지만, 던전에서 모든 경비를 잃어버린 그들에겐 수중에 남은 돈이 없습니다.
결국 경비를 아끼기 위해 던전에서 마물을 잡아 조달하기로 합니다.
평소에도 마물을 좋아하는 파티의 리더 '라이오스'는 잡은 마물을 먹어보려 하지만, 그러한 상식에서 벗어난 시도가 제대로 될 리 없는 가운데, '라이오스'의 한심한 요리법을 지켜본 지나가던 <마물요리 연구자> '센시'는 '라이오스' 일행의 준비물과 주변의 식재료를 이용해 맛있는 전골을 만들어줍니다.
요리에 감동받은 일행이 <레드 드래곤>을 잡으러 간다고 하자 <염룡> 요리가 꿈이었던 '센시'는 그들과 동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새로 합류한 '센시'를 포함한 '라이오스', '칠책', '마르실'의 4인 파티는 마물들을 식재료 삼아 요리해 먹으며 '파린'을 구하기 위해 던전의 깊은 곳으로 내려갑니다

평가 및 특징
최근 보기 드물 정도로 정통파 판타지 만화이면서도, 상당히 본격적인 요리 만화입니다.
처음에는 여동생 '파린'을 잡아먹은 <드래곤>을 쓰러뜨리고 '파린'을 부활시킨다는 목적으로 던전 하층으로 향하면서 도중에 만나는 다양한 마물들을 잡아먹는 에피소드들을 그리는 <옴니버스> 개그 요리 만화의 느낌이 강했지만, 점차 스토리가 진행되고 여러 인물이 얽히면서 마물 요리보다는 던전의 저주를 파헤쳐나가는 시리어스 한 내용이 메인이 됩니다.
그 와중에도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주제 의식과 유쾌한 유머는 계속 유지됩니다.
작품에서 특이하게 파티의 재정 문제, 영양 균형에 신경을 쓴 식단, 자세한 조리법, 마물의 생태적 특성에 따른 공략법 같은 논리적인 설정이 꽤 디테일하게 묘사됩니다.
작품에서 계층마다 던전의 특색이 잘 드러나며, 등장하는 마물의 종류나 공략 등을 꼼꼼하게 표현하고, 판타지 만화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세수나 화장실 등 미궁 탐험만이 아닌 일상적인 부분도 세심하게 등장시켜 게임적인 요소의 판타지를 현실적으로 보게 되는 독특한 매력과 재미를 제공합니다.

정통 판타지 위에 깨알같이 펼쳐지는 유머의 향연
작품의 큰 특징으로 세세한 요소는 온갖 클리셰를 비틀어 놓았으면서, 전체적인 흐름은 왕도적 전개라는 점입니다.
이점이 작품의 재미와 즐거움을 더욱 높이는 요소인데, 대부분 작가들이 클리셰 비틀기에 몰두하다가 제대로 된 기승전결도 못 낸 작품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면,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또한 작품 초기의 작화도 나름 훌륭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작가의 작화실력이 늘어 많은 캐릭터가 등장해도 각자의 외모를 개성 있게 표현하여 확연히 구분이 갈 정도로 세밀해지고 정교하게 그려냅니다.
짜임새 있는 세계관과 입체적인 캐릭터의 조합, 흐름에 방해되지 않는 깨알 같은 개그와 유머가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며, 마물을 소재로 본격적인 먹방을 진행하는 전개도 내용과 잘 어우러져 거부감이 없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초반과 달리 시리어스 한 이야기의 흐름은 또 다른 매력을 주며 작품에 몰입하게 만듭니다.
개성 강한 주인공들의 조화, 먹음직스러운 마물요리 먹방 그리고 뚝심 있는 왕도물 전개 등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없이 알차게 구성된 <던전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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